개천속 겨우 존재하던 언더독(개구리•붕어•미꾸라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간 개천용(龍)의 위세에 숨죽여 살던 그들의 의미있는 반란 (反亂)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어서다. 방송가 역시 조연이 주연을 뺨치는 현상이 대세다. 이러한 조짐을 내부로 시선을 돌려보면 몸속 장기 중 중요 랭킹은 오장육부(五臟六腑)로 대표된다. 이처럼  기라성같은 장기들속 명함도 못내밀던 녀석의 이반(離反)현상이 매우 심각하다. 이 녀석은 12년전 거함 스티브 잡스를 침몰시켰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존재를 무시하고 하찮케 여긴다고 칼을 갈며 벼르고 있다. 사람들의 무시가 얼마나 심했으면 태어나 이름을 지을 때 군더더기를 뜻하는 '췌(膵)' 자를 붙였다. 타 장기의 위세에  눌리고 가려  보이지도 않는다 해서 대놓고 디스를 했다.

'췌'를 나타내는 한자 구성에 꼴찌를 뜻하는 '졸(卒)'자를 넣은건 노골적 무시에 가깝다. 이처럼 우리에게 보기좋게 "팽" 당한 이 졸개가 대혁명을 꿈꾼다.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우리만 일본과  일본사람을 아주 우습게 여긴다. 조선에선 일본을 보통 '왜(倭)'라 했고 일본 열도를 쓸모없는 섬이란 뜻의 '췌도(膵島)'라 불렀다. 우리말 중에도 군더더기가 되는 말을 뱀의 다리를 뜻하는 '사족(蛇足)' 이라고 부르지만 '췌언(膵言)' 이라는 이음동의어도 병행하고 있다. 한편 국내 연구진에 의해 잡스를 앗아간 췌장암의 원인이 밝혀졌다.  췌장은 여러 거대 장기에 겹겹이 둘러 쌓인 베일적 특성으로 조기 암 발견이 쉽지 않아 ‘침묵의 살인자’ 로 불린다.

최근 고려대학교 유전단백체연구센터(교육부 핵심연구 지원센터) 이상원 교수 연구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포스트게놈 다부처 유전체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협력연구 결과가 암연구 분야의 최상위 학술지인 ‘네이처 캔서(Nature Cancer,)’ 온라인판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췌장암은 전체 환자 중 약 10% 정도만 완치가 가능하다. 나머지 9할 이상의 환자는 현재 치료방법인  수술 및 항암 치료에 제대로 치료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불응성(不應性) 질병이다. 수술만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으나, 해부학적 특성상 주요 혈관 침범이나 전신 전이로 발견돼 8할의 환자에게  서 완치가 불가능한 말기 상태에서 발견된다. 기존의 췌장암에 대한 대부분의 기초 실험은 소수의 암세포주를 통한 실험이면서, 유전체 변이와  기능 탐색이 대부분이어서 치료 불응성을 가진 환자와 그 원인을 그간 누구도 밝혀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국내를 대표하는 유전체•단백체 및 생물학적 기전 연구 분야의 국내 최고의  기초연구자들과 췌장암 임상의사와의 콜라보 연구를 진행했다. 그동안 2백 명 이상의 환자에서  추려진 150명의 췌장암 환자로 부터 암조직과 혈액 시료를 얻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 (NGS)  기반 유전체 분석과 질량분석기반 단백체 분석도 동시 실시했다. 그 결과 약 1만2천여 개의 체세포 변이들 중에서 췌장암의 발병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알려진 변이 유전자(KRAS 등)를 찾아냈다. 또 이들 변이와 인산화 정도간의 높은 상관성을 밝혀 유전자들이 췌장암 발병과 관련된 중요한 신호전달경로에 관여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를 이끈 고려대 유전단백체연구센터 이상 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계적으로 가장 치사율이  높은 치료 불응성 췌장암에서 기존 치료가 듣지 않는 이유를 유전단백체 분석으로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밀 진단과 맞춤형 치료방법 개발과 적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