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키티에겐 왜 입이 없을까

입이 없는 헬로키티가 찐헬키
나이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15년간 독방에서 군만두만 먹은 이유
말로서 말많으니 말말을까 하노라

박문혁 바른언론실천연대 | 기사입력 2023/01/11 [09:56]

헬로키티에겐 왜 입이 없을까

입이 없는 헬로키티가 찐헬키
나이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15년간 독방에서 군만두만 먹은 이유
말로서 말많으니 말말을까 하노라

박문혁 바른언론실천연대 | 입력 : 2023/01/11 [09:56]


사무실 가습기에 그려져 있는 헬로키티를 보며  입이 없는 저 녀석이 왜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곰곰히 상념에 잠겼다. 나름대로  결론은 일반적인 사람들은 자기 말만 하려고 하지 남 얘기를 들으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최초에 헬로키티 개발자가 캐릭터에 아예 입을 붙이지 않았을 것이란 사고에 이르렀다. 인간의 심리를 숨막힐 정도로 적확(的確)히 간파한 제품 개발자를 리스팩한다. 맞는 말이다. 익어갈수록 늙어갈수록 입은 되도록 헬로키티처럼 닫고 지갑은 활짝 열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나이듦에 따라 더욱 옹졸해지고 말 수가 많아지는 이들이 대다수인 진실이 개탄스럽다. 프랑스 속담엔 "진실만큼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게 없다"란 격언이 있다.

 

 

[사진=헌터스문] 신개념 다이닝펍 헌터스문 스패 오브 미라클.

대중교통 특히 지하철을 타면 크게 떠드는 사람은 8할이 연세가 드신  노인들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귀까지 어두워 거의 고래고래 샤우팅을 해대곤 한다. 얼마전 기자가 지하철에서 직접 겪은  실화다. 지인과 2호선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경로석 쪽에서 구성진 트롯가락 "내 나이가 어때서~~"가 들려오면서 귓전을 울렸다. 금방 멈추나 싶었는데 수 분간 노랫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맞은편 경로석에 앉은 한 노파가 문제의 노인에게 한 마디 했다. "이봐요. 소리를 줄이던지  이어폰을 사용하라구요" 하지만 문제적 노인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음악감상에 빠져있었다.

 

잠시 후 노파의 한 마디가 더 얹어졌다. "여보세요. 이어폰을 사용하라구요. 내 말 안 들려요" 그러자 노인이 버럭 화를 내며 큰 소리로 "한 마디만 해. 알고 있어. 시끄럽게 일 절만 하지 또 지껄이지 말어" 이러는 것이였다. 두 노인간 실랑이를 듣고 있던 승객들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문제 노인은 그렇게 자기가 하고픈 말을 내뱉더니 트렁크를 질질 끌고 다음칸으로 옮겨갔다. 사태는 그렇게 일단락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리허셜에 불과했고 반전(反轉)이 있었다. 곧이어 지하철 안내방송이 들렸다. "차내 승객 중에 음악을 틀어놓고 듣는다는 민원이 있습니다. 즉시 이어폰을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안내 드립니다.(중략)" 우리칸에서 소란을 피운 그 노인은 칸을 옮겨 같은 짓을 반복하자 다른 승객이 승무원에게 신고를 했던 것이다.

 

문제노인은 무엇때문에 켜켜이 쌓은 세월의 흔적이 저토록 보기흉한 노추(老醜)적 행동과 입을 참을 수 없도록 가볍게 만들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본다. 한 가지 이유는 어디를 가도 자신에게 관심을 갖거나 자신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탓이 큰 것 같다. 젊음은 젊음을 반기지만 늙음은 늙음을 거부한다. 그 노인은 조심스럽지만 가족들 사이에서도 입만 열면 꼰데나 고약한 노인 취급을 받으며 살 개연성이 크다. 또한 만나는 지인들과도 소시때처럼 말이 잘 먹히지 않으니 하고싶은 말이 혀끝에 켜켜이 누적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한 말씀 할 기회가 생기면 그간 참고 벼르던 말을 한꺼번에 쏟아내려고 안간힘을 쓰니 자연적으로 말이 중언부언(重言復言)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영화 올드보이 주인공 오대수(최민식분粉)는 영문도 모른 채 15년간 독방에 갇혀 군만두만 먹고  산다. 나중에 가서야 그게 자신이 학창시절 나불된 세 치혀 때문임을 깨닫는다. 고교생때 잘못 내 뱉은 한 마디와 학폭으로 사람이 죽었다. 뒤늦긴  했지만 대수는 참회의 뜻으로 혀를 잘라 용서를  구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세상엔 돌이킬 수 없어 막급의 후회가 몰려오는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날려버린 기회와 다른 하나는 시위 떠난  화살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제멋대로 내뱉은 말이다. 날린 기회는 자신의 실패와 남의 성공을 불러 오고 화살은 과녁에 꽂히며 나불된 말은 타인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심지어 목숨까지도 앗아가 버린다. 이 중 최악은(Worst of all) 세 번째다.  벼가 성숙해 고개를 숙이 듯 나이들수록 '세상에 말로서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라는 철학을  견지해야만 나이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기자인 나부터 명심하며 살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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