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에 1년 감빵 퉁친단 청소년들

쌍방울•KH필룩스 회장 증권가 찌라시속 악명높던 인물
CB 남발, 무자본 M&A로 일확 천금 노리는 사기꾼들
몇 년 감빵 살다나오면 떵떵 거리고 살 수 있는 그런 나라
검사 출신 대통령•법장관•금감원장은 대체 뭐하고 있는지...

박문혁 바른언론실천연대 | 기사입력 2023/01/11 [09:30]

1억에 1년 감빵 퉁친단 청소년들

쌍방울•KH필룩스 회장 증권가 찌라시속 악명높던 인물
CB 남발, 무자본 M&A로 일확 천금 노리는 사기꾼들
몇 년 감빵 살다나오면 떵떵 거리고 살 수 있는 그런 나라
검사 출신 대통령•법장관•금감원장은 대체 뭐하고 있는지...

박문혁 바른언론실천연대 | 입력 : 2023/01/11 [09:30]


얼마전 청소년 대상 앙케이트 조사에서 충격적 소식이 전해졌다. 현금 1억 원만 손에 쥘 수 있다면 1년의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퉁칠 수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나 OTT 드라마속 감빵생활이 청소년들의 눈엔 지극히 낭만적으로 비친 최악의 황금만능주의 풍조다. 이러한 극단적 속물사태를 초래한 현실적 세 가지 케이스를 진단해보자. 에피소드 Ⅰ 무려 천 채 가까운 빌라를 가지고 있던  인물이 호텔에서 돌연사 했단 소식이 세상에 전해지자 그 배경에 사람들 이목이 쏠렸다. 지난 10월 사망한 속칭 ‘빌라왕’ 김씨를 필두로 갭전세 사기극의 전모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새 빌라를 집값보다 비싸게 전세 주고는 그 돈을 가로챈 먹튀범이 한 둘이 아니었다. ‘바지 집주인’은 악화(惡貨)를 한데 모아 놓은 쓰레기통이다.

 

영혼까지 끌어 모은 세입자 돈은 세입자 모르게  다른 사람들이 모두 다 빼갔다. 신혼 부부나 사회  초년생이 찾아간 신흥 빌라촌은 건축회사•분양업체•감정평가사•공인중개사•집주인까지 혈안되어 아가리를 벌린 채 한 통속된 범죄 소굴이다. 다주택자를 죄인시하면서 조자룡의 헌 창 휘두르듯  온갖 규제를 남발하던 윤석열 정권에서 이토록 간 큰 빌라왕들이 다수 배출된 독한 패러독스PARADOX는 대체 어디에서 연유했는가.

 

에피소드 Ⅱ.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과 배상윤  K•H필룩스 회장은 검찰 수사 중 마수의 베일이  걷혀가고  있지만  이미 증권가 찌라시를 통해 악명 높았던 인물들이다. 배상윤 회장이 쌍방울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주가 조작에 함께 가담한 전력도 밝혀졌다. 코스닥 상장기업을 인수해 제도권에 진입한 뒤로는 더욱 과감하고 대담해졌다.  전환사채(CB)를 마구 찍어 무자본 M&A(기업 인수합병)로 사세를 불리고 그 와중에 바이오•대북 경협 등의 테마로 주가를 띄워 차익을 챙겼다. 또 다른 전주(錢主)로 지목되는 D씨를 비롯해 요주의 4인방의 코스닥 기업 20개가 증시에서 조달한  금액이 무려 3조5천억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점쳐진다. 조폭•불법 사채업자 출신이 개미투자자들의 피같은 돈을 개미지옥처럼 빨아들이며 그룹 회장으로 초고속 신분 상승 하는데 불과 3~4년도 안 걸렸다.

 

에피소드 Ⅲ 제일 먼저 불거진 라임•옵티머스 환매 중단 사태는 대형 경제범죄의 신호탄에 불과  했다. 옵티머스는 애당초 펀드 구조가 전형적 사기각이었다. 라임자산운용은 코스닥 한계기업  CB를 50곳도 넘게 쓸어 담으며 이후 코스닥시장의 최대 골칫거리로 떠오른 무자본 M&A라는 암울한 시대를 앞당겼다. 라임사태 이후 금융감독원도 CB를 활용한 무자본 M&A의 심각성을 인지 했지만 쌍방울•KH필룩스 오너 같은 기업 사냥꾼을 방치를 넘어 조장하기까지 했다. 최근 몇 년 새 주택•주식•금융시장에서 초대형 사기 행각이 거의 동시다발로 벌어졌다. 일련의 사태는 각기 다른 듯해도 뿌리는 하나다. 종전 경제 범죄는 무허가 업체가 음지에서 암묵적으로 벌였다면, 최근엔 제도권에 버젓이 진입해 대놓고 대담해졌다.  제도의 허점, 관련 기관의 도덕적 해이, 감독 당국의 무능을 조롱하듯 벌인 지능형 범죄들이다.

 

시장속 엔젤펀드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며 건전한 기업 등으로 유입돼야 정상임에도 현실은 데빌펀드가 악순환 되는 모순적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라임•옵티머스는 정식 자산운영사로 인가받고  사모펀드로 등록한 뒤 은행•증권사를 통해 상품을 팔았다. 은행•증권사는 자신들이 파는 펀드상품이 뭔지도 모른 채 고객들에게 불량품을 마구  팔았다. 그게 라임•옵티머스뿐만이 아니었다. 은행•증권사의 실력과 도덕적 해이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기업 사냥꾼이 활개 친 코스닥 상황은 더 비참하다. 큰 돈을 벌고 기업인 행세를 하니 정치권•검찰•일류로펌•투자은행 출신 등 엘리트들이  사기꾼들을 쉴드쳐 준다. CB는 원래 중소기업들의 자금 조달의 운신폭을 넓혀 주려고 탄생했다.

 

하지만 기업 사냥꾼들이 코스닥 한계기업에 빨대 꽂고 가두리속 물반 고기반 CB를 닥치는대로 빨아들였고 블랙마켓 및 지하세계로 자금이 흘러들어갔다. 따라서 코스닥의 상폐 요건, CB 및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조달 요건을 다 재정비해야 한다. 빌라왕 사기 피해자는  무주택 세입자는 리허셜에 불과하다. 전세금 떼먹은 집주인 대신 변제해주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사기당하는 줄도 모른 채 최대 금액의 사기를 당한 망신살이  뻗쳤다. 5년 새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10배로 불어나고, 그간 갚아준 1조6천억 원 중 반타작도  회수 못했다. 악성 집주인 중 나랏돈을 5백억 원 넘게 떼먹은 사람이 부지기 수다. 전세 사기 수사가  이뤄지고 나서야 감정평가를 믿을 만한 업체들한테만 맡기고 대출 보증 한도도 줄이겠다고 제도  보완에 나섰지만 사후약방문이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사기꾼들한테 배 갈리고 등따여 국민 혈세가 줄줄 샜다. 경제 범죄는 악화일로 교묘해지고 지능화된다.

 

개인 투자자나 소비자는 전능하지 않다. 건전한  자본주의가 작동하려면 경제 관련 기관들의 전문성과 책임감 그리고 도덕성에 더욱더 높은 빗장을 채워야 한다. 더불어 뚫리지 않는 촘촘한 법•제도를 만들고 범죄를 가려내는 정부와 사법 당국이 사기꾼들의 머리위에 앉아 있어야 한다. 미국처럼 무관용 처벌도 해야 하고, 범죄 수익 몰수도  징벌적 차원에서 과단성있게 집행되야 한다. 뉴욕 사업가 숄람 와이스는 보험사를 상대로 한 5천억 원대 사기 혐의로 징역 845년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같으면 백년 형도 더 나왔을 범죄들이 우리나라는 솜방망이에 그친다. 그깟 몇 년 징역 살고 나와 빼돌린 돈으로 떵떵거리고 살 수 있다면  경제 범죄는 더욱 창궐할 수 밖에 없잖은가. 조폭과 사기꾼이 쉽게 돈 벌고 성공하는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1억만 주면 1년 감빵도 감수한단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검사 출신 대통령•법무부 장관•금감원장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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