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실리 위주의 균형 잡힌 외교정책 펼쳐야

최충웅 바른언론실천연대 | 기사입력 2022/11/18 [14:56]

윤석열 정부, 실리 위주의 균형 잡힌 외교정책 펼쳐야

최충웅 바른언론실천연대 | 입력 : 2022/11/18 [14:56]

지난 1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 이어 미중 정상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16일 끝났다. 한미일 정상회담에 이어 폐막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첫 대면 회담도 열렸다.이번 정상회담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한중 정상회담이자 문재인 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 이후 3년만이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은 북핵 위협과 미중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전략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견지해오다 한미일 3각 동맹으로 기우는 결정적인 한 발을 내디뎠다. 한국은 전임 문재인 정부가 유지해온 ‘균형 외교’ 노선을 접고, 드러내 놓고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때리기' 연합전선에 동참한 것이다. 이에 대한 후폭풍으로 중러북의 3각 동맹도 강화되고 그 댓가로 후유증도 갈수록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벌써 북한 및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ㆍ중 양국 간에 불편한 입장 차이가 감지됐다. 시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경제협력을 정치화하고 안보화하는 데 반대한다"고 단호히 밝혔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대중국 포위망에 깊숙이 가담하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대통령실은 시 주석이 한중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공동 이익을 가진다면서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 쪽에서는 북한 문제나 한반도 상황, 담대한 구상 등에 관한 발표가 전혀 없었다. 또 하루 전 열렸던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주문했다고 밝혔지만 중국 측은 그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다.  

 

북한은 지난달 하순 중국의 20차 당대회 폐막 이후에도 연쇄적인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어느 때든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실험이 강행될 경우, 한미일은 일치단결해 더욱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중국은 이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다.  

 

중국 외교정책의 기조는 겉과 속이 다르다. 겉으로는 대화를 통한 북한핵의 평화적 해결을 원칙적으로 강조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한반도의 현상유지(status quo)를 지향한다. 중국은 한반도가 통일되어 미군과 직접 맞부딪히기를 결코 원하지 않는다. 중국은 북한이 '완충지대(buffer zone)' 내지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마우스피스(mouthpiece)' 역할을 지속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중국은 한미일 간 합동군사훈련 등 군사적 밀월관계 뿐만 아니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른바 ‘3불’(사드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음)과 ‘1한’(기존 배치한 사드의 운용 제한) 등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같이 불편한 상황에서 '한한령(한류금지령)' 해제는 물론 여러 번 무산된 시 주석의 방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달 시 주석의 3연임을 계기로 중국이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 (韜光養晦)' 정책을 벗어던지고 '위대한 중국몽(中國夢)'의 발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반면 미국은 G2로 급부상한 중국이 '팍스 아메리카나'의 유일 패권을 넘보고 맞장을 뜨려는 중국을 억누르기 위해 군사ㆍ경제적으로 '중국 때리기'와 함께 '왕따 고립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안보동맹협의체(QUAD) 결성, 다자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인 IPEF 출범 그리고 한국, 미국, 일본, 대만 등 반도체동맹 '칩4(chip 4)' 결성 등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패권 경쟁에서 대만 문제 등 핵심 이익에서 양보 없는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 노선을 강화할 것임을 천명했다. 따라서 남사(스프래틀리) 군도를 둘러싼 동남아 국가들과의 영토 분쟁, 센카쿠(댜오위다오 釣魚島) 열도를 둘러싼 일본과의 영토 분쟁, 원유수송로(sea lane) 제해권 확보를 둘러싼 미중 갈등 등으로 주변 국가들과의 충돌 가능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대만에 대한 공격 가능성까지 거론함으로써 양안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대만이 중국의 침공을 받을 경우,  미국이 개입하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거듭 밝혀왔다.  

 

미군이 중국과 대만 간 전쟁에 직접 개입할 경우, 주일미군은 물론 오키나와와 일본 본토 내 후방기지를 병참기지로 활용하는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미일방위상호조약과 미일방위협력지침에 따라 일본 자위대의 지원까지 받게 되면 양안 간 전쟁은 국제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판단되면, 미국은 언제든지 주한미군 병력과 군사장비를 빼내 이 전쟁에 투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로 인해 남한의 군사 전력에 공백이 생길 경우, 북한핵과 미사일 도발로 안 그래도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한반도의 안보 리스크는 최악에 이를 수도 있다. 안보적으로는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엄청난 난관이 예상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중 패권 대결이 치열해지면 해질수록 한국은 정치 경제적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중국을 도외시한 채 너무 미국 한쪽으로만 기운 편향적인 정책기조를 펴고 있어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싸움 틈새에 끼여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 정부는 너무 한쪽에만 올인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두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 감각을 잃지 말고 주요 사안마다 국익 우선으로 철저한 실리 위주의 외교정책을 펼쳐나감으로써 직면한 한반도 리스크를 최소화 해야 할 것이다.  

 



 

 

 

 

 

 

 

 

 

 

 

 

 

최충웅 칼럼니스트는 경향신문 걸프전 종군특파원을 지냈다. 문화일보 재직중 북ㆍ중 국경 기아현장 밀착취재로 한국기자협회가 주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사회부 사건/행정팀장, 국제문제 전문기자를 거쳐 국회 국방위 정책보좌관으로 근무한 적도 있다. 현재는 바른언론실천연대(언실련) 및 새언론포럼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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