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허언증(虛言症) 환자' 같은 尹당선자. '청와대 이전' 어떻게 할까요?

가디언21 | 기사입력 2022/03/20 [07:10]

'중증 허언증(虛言症) 환자' 같은 尹당선자. '청와대 이전' 어떻게 할까요?

가디언21 | 입력 : 2022/03/20 [07:10]

김기만 전 청와대 춘추관장©가디언21


지난 17일 국민의힘 원로이며 MB계 좌장인 이재오 당 상임위원이 의미있는 말을 했다.

 

"누가 봐도 용산 국방부로 간다는 것은 풍수지리설 때문이다". 

윤 당선자 부부의 저간의 행적을 보면 다른 사람도 아닌 국힘당 이재오 상임고문의 이 발언은 상당수 국민의 생각을 대변하는 듯하다.

 

지난 대선 기간 중 尹 당선자가 치밀한 준비없이 표가 될만한 일이라면 공약이나 정책이랍시고 '주머니에서 공기 꺼내듯' 툭툭 던지는 것을 국민들은 숱하게 볼 수 있었다. 유권자들의 반발과 질타가 나오면 "내가 언제?"라는 식으로 잡아떼거나 바로 말을 바꾸어버렸다.

 

"유사시 일본군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올 수도 있다"(2022.02.25. 일 TV토론)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건 사실 치명적인 실수다. 1882년 6월 하급군인과 도시하층민들이 들고 일어났던 임오군란(壬午軍亂). 이로 인해 결국은 청군(淸軍)과 일본군의 주둔을 불러와 한반도가 쑥대밭이 됐던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최악의 발언이었다. 

 

반발이 거세지자 尹후보는 "끝까지 들어보면 그걸(자위대 진입) 반대한다는 얘기였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는 나중에 이재명 후보로부터

"유관순 선생에게 미안하지도 않나"라는 힐난을 들어야 했다.

 

'망언(妄言), 폭언 제조기'라는 별칭도 있었지만 尹후보(당시)의 "무식하면 용감하다"를 떠올리게 하는 최악의 발언과 거짓말 향연은 시리즈를 만들어도 충분할 만큼 다양했다.

 

그는 이날 토론에서 "한미간 '포괄 안보동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가 李 후보로부터 호되게 당했다. "아니, '포괄 안보동맹'은 한미정상간 이미 합의되어  있어요. "NSC(국가안보회의)를 빨리 열라"고 하는데 이미 열렸습니다. 이미 다 하고 있는 것을 자꾸 공약으로 내세우려 하는데 혹시 '빙하 타고 온 둘리'인가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기본적으로 방사능 유출이 없었다"(2021.08.04. 부산일보 인터뷰). 나중에 이를 변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정부 인사는 내가 검사 출신인만큼 모든 정보라인과 수사라인을 총동원해 검증하겠다. 정당한 목적 위해 자료 수집하는 것은 국정원에서 해도 사찰이 아니다"(2021.02.04. 관훈클럽 토론회). 이 역시 '국정원 동원'이 큰 논란으로 번지자 말을 바꾸며 수습하느라 혼났다.

 

윤 당선자는 지난 1월27일 "광화문 집무실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경호문제나 외빈 접견 문제는 충분히 검토했다. 인수위 때 준비해서 임기 첫날부터 광화문 집무실 근무가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광화문 집무실이 안되는 이유가 국민들께 제대로 설명되지도 않은 채, 갑자기 '용산(국방부) 집무실 시대"가 '엔테베 작전'처럼 전광석화(電光石火)로 추진되고 있다. 

 

그것도 아무런 사전 검토나 예고도 없이 지난 주말(12일) 인수위 '청와대 개혁TF'가 불쑥 '국방부 청사 이전' 방안을 들고나왔다.

정권 이양기 안보공백이 우려되고, 이전 비용 최대 1조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그렇지만 필자는 尹 당선자가 왜 이렇게 청와대 이전에 목숨을 걸듯 집착하고 밀어붙이는가 하는 게 더 의문이다. 

 

제발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기를 빌지만, 혹시라도 어느 점술가의 말을 믿고 극구 청와대를 피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를 김건희 씨가 주도하고 있다"는 항간(巷間)의 일부 설(說)이 만일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은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 왕(王)자를 손바닥에 쓰고 TV토론에 나오거나, 눈썹에 흰색 긴 수염 한 가닥을 덧붙이고 나왔던  尹 당선자의 전력을 보면 개연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2017년 19대 대선에 문재인 후보 언론멘토로 참여했다. 문 당선자도 "권위와 불통(不通)의 '청와대 시대'를 끝내고, 소통의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광화문 대통령시대위원회'를 만들고,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을 위원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결론은 포기였다. 도저히 경호를 할 수 없는 건물이라는 경호실의 주장에 文대통령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는 20대 대선 과정에서 尹후보(당시)를 비판하면서 무능, 무지, 무례의 '3무(無)'를 꼽았고, "상습화된 거짓말 또한 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광화문 집무실의 경호, 외빈 접견 문제는 충분히 검토했다. 문제 없다"고 강조했지만 거짓말이었다. 

 

"아내 김건희의 주식거래는 2010년 5월이 끝이었고, 그 뒤로 더 하지 않았다"고 큰 소리 쳤지만(2월11일 TV토론)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이어 있었던 2월 21일 TV토론에서 그는 "그 뒤로도 주식거래를 계속했고, 돈을 벌기도 잃기도 했다"고 태연하게 뒤집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尹 당선자가 검찰에서 '대윤'(大尹)이라 불릴 때, 윤대진 검사장(58. 현 법무연수원 부장. 전 수원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은 '소윤'(小尹)이라 불리는 尹 당선자의 측근 중 최측근이다.

 

'소윤'의 친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2012년 수뢰혐의로 경찰수사를 받게 되자 당시 부장검사이던 尹 당선자는 대검 중수부 근무 시절 후배였던 이남석 변호사를 윤우진 피고인에게 이 사건 담당 변호사로 소개했다. 

 

현직 검사의 변호사 소개는 명백한 "변호사법 위반'이다. 

그러나 그는 처벌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에서 봐준 덕이었다. 지금이라도 재수사해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尹 당선자는 2019년 검찰총장 청문회 때 이에 관한 추궁이 이어지자 또 거짓말을 했다. "변호사를 소개해 준 사실이 없습니다".

尹 당선자가 <윤우진 서장 한번 만나보라>고 이남석 변호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윤우진 전 세무서장의 휴대폰에도 남아있어 뉴스타파 기자가 이를 확인한 상태였다. 

 

나중에 기자가 尹후보(당시)에게 거짓말 한 이유를 물으니 "아끼는 후배인 윤대진 검사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답했다.  

 

심지어는 자신을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팀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2019년 4월 당신 아버지의 연희동 주택을 누님 이름으로 19억원에 사준 김만배에 대해 "10년전 쯤 상가집에서 한번 본 게 전부"라고 국민이 시청하는 TV토론에서 거짓말 하기도 했다. 

 

자신이 주임검사로 수사했던 부산저축은행 1,155억원 대출비리 사건의 대출브로커 조우형을 불러 尹 당선자가 커피 한잔 주고 "인마, 됐어. 가봐" 했다는 게 김만배 녹취록(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의 대화)의 핵심인데, 정작 尹 당선자는 "조우형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누가 거짓말 한 건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尹 당선자의 지금까지 밝혀진 거짓말로만 판단해도, 이 정도면 거짓말이 습관화된 '중증 허언증(虛言症) 환자"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확정된 중범죄자", "같잖다"라는 극언(2021.12.29 경북선대위 발대식)을 퍼부었던 尹후보. 우리 헌정사(憲政史)에서 상대 후보를 이런 '극단언어'로 '인격살인'한 경우가 또 있을까?

 

급기야는 "이재명 후보는 이름 석자 빼고는 다 거짓말"(2022.03.03. 세종 유세), "거짓말의 달인이라 못하는 거짓말이 없다"(2022.03.02.TV토론)며 상대 후보를 '거짓말장이'로 몰아붙였다. 영국 의회에서 '거짓말장이'(lier)는 최대의 모욕어로 아예 금기(禁忌)시 되어있다.

 

실제로는 거꾸로 아닌가? 거짓말에 관한 한 尹 당선자가 단연 챔피언 감이라고 본다. 적반하장(敵反荷杖)도 분수가 있어야 한다. 작년 6월29일 출마선언 이후 투표일까지 251일간의 어록을 모아 <윤석열의 거짓말 사전>이라는 글을 썼고, 몇몇 주위 분들과 공유한 바도 있다. 원하시면 언제든 통째로 공개한다.

 

지금 내 관심은 청와대를 버리고 국방부로 가느냐, 또다른 후보지를 찾느냐에 있지 않다. 취임 53일을 남겨놓은 이 시점에 '인수위'가 새 정책, 구상, 국민 소통계획, 정치개혁 마스터플랜 다 버려둔 채 당선자 결정 후 10일을 벌써 청와대 이전에 허비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걸 두고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wag the dog)"고 하지 않는가?

 

대통령이 가능한 한 국민과 조금이라도 소통이 잘 되는 곳에서 일하겠다는 자세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제발 시중에 나도는 일부 루머, "청와대 들어가면 뒤끝이 안좋다는 점술가 조언 때문에 청와대를 버리려 한다"는 얘기는 날조된 것이기를 바랄 뿐이다.

 

어떻든 취임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 이전'을 졸속으로 밀어붙여 군대 작전하듯 결론내는 건 반대한다. 

 

이미 광화문은 포기했고, 국방부를 추진한다지만 그 곳 또한 고립, 단절, 위화감, 접근성 등에서 현 청와대보다 못하면 못했지 나을 게 없어보인다. 안되면 차라리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창피는 잠깐이다. 나라를 망가뜨리지는 않는다.

고집은 자칫하면 나라를 결딴낸다.

 

잘못된  결정으로 혼란과 부작용이 커지면 국민과 가까이 하겠다는 좋은 뜻은 멀어진다. 괜한 부담만 국민에게 전가된다. 국민은 또 실망하고 분노하게 될 것이다. 

 

오는 5월 청와대 봄꽃 구경을 바라는 국민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안보공백과 일상생활에서의 불편이 적은 믿음직한 국정(國政)을 바라는 국민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청와대 이전'의 결론이 내가 써놓은  '尹 당선자 거짓말 사전'에 더 이상 등재되지 않게 되기를 기원한다.

 

김기만. 전 동아일보 파리특파원, 노조위원장. 청와대 춘추관장(김대중 정부), 국회의장 공보수석. 초대 게임위원장(노무현 정부). 한국방송광진흥공사 사장(문재인 정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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