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강에 삽을 씻고ᆢ

-대선 패배..이제 무엇을 할것인가?

가디언21 | 기사입력 2022/03/11 [11:57]

저문 강에 삽을 씻고ᆢ

-대선 패배..이제 무엇을 할것인가?

가디언21 | 입력 : 2022/03/11 [11:57]

▲ 김기만 청와대 춘구관 관장 ©가디언21

 

(나도 하루 종일 맘이 허한데ᆢ

젊디 젊은 정치학 박사과정 후배가 울며불며,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물어왔다. 정신이 번뜩 들어 편지를 썼다)

 

은영 님. 이재명의 여전사(女戰士)!

힘든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얼마나 힘드오?

 

3월 9일과 10일의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나라'입니다.

많은 분들이 "희망에서 절망으로" 여행했습니다. 집단 패닉. 나도 긴 악몽에 빠진 느낌입니다. 

 

민주화세력이 이 상실감을 뚫어내고 또 길을 터주어야 할 터인데, 그 절망의 늪을 빠져나올 기력이나 남아있을지 걱정됩니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이번 역전   KO 펀치는 그 위력이 너무 컸습니다. 아프고 쓰라립니다

 

나부터 넋이 나간 듯해서 볼륨을 최대로 올리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데, 짐승처럼 터지는 눈물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꺼이꺼이 운다는 것ᆢ. 그대도 그렇다지요?

 

국민 절반이 무지몽매한 '닥치고 부동산' 투표를 하는 나라. '습관성 거짓말 환자'와 '가짜 인생' 부부를 권좌에 올려놓고  스스로  '개돼지'로 살려하는 국민이 절반인 마당에, 나이 70에 하루 너덧시간 자며 글 써대고 방송 출연했던 지난 몇 달이 허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강철독재' 박정희 전도깡과 맹박이 밑에서도 견뎠는데, 까짓 尹가 뭐 그리 대단하겠어요? 그보다는 쥴리가 영부인이랍시고 TV 나올 때, TV를 망치로 부셔버리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대학원생 동료들과 'JM친구들'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겨울방학 내내 씩씩하게 전국을 누볐던 은영 님. 걸래 빤다고 행주 되는 건 아니라고 하죠?

尹 당선자가 임기 전반부 2년 내에 결정적인 잘못을 저지르고, 최악의 국면에 몰릴 수도 있다고 봅니다. 

 

민주당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국회 다수의석을 100%  활용하면 尹을 식물대통령으로 만들 수도 있고, 분명히 촛불을 들 기회도 오리라고 봅니다. 

 

이제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일상으로 ,학업으로 돌아가되 상황을 예의 주시하길 바래요.  호시우보(虎視牛步) 하구려.

 

역량있는 시민사회와 종교계에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할 겁니다.

 

그들은  尹 당선자에게 

1. 시력검사 다시 해 '짝눈(不同視) 병역기피" 아닌 걸 증명하라.  

2. 부산저축은행 1,155억원  대출비리 수사에서 "피의자 조우형(대출 브로커) 얼굴도 못봤다"고 했는데, 김만배 녹취록에서 나타난 건 전혀 다르다. '봐주기 수사 의혹"을 해명하라. 

3. 김건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임이 검찰의 '공소장 범죄일람표'에서 밝혀졌다. 즉각 수사 받고, 취임 이전에 범죄 성립 여부를 국민께 보고하라. 여기에 추호도 간여할 생각 마시라. 그간 남편으로서 아내가 검찰조사 받지 않도록 보호하지 않았는지 해명하라.

4. 조국 딸은 표창장 위조 여부 하나를 놓고 검사 윤석열 자신이 탈탈 털었다. 김건희의 서류조작은 10건도 넘는다. 검찰총장 부인, 대통령 후보 부인, 당선자 부인이라 해서 면죄부를 준다면 '법 앞의 만인 평등'은 휴지가 된다. 그리될 경우 우리는 취임  첫날부터 '불복종 운동'을 펼칠 것이다. 

대강 이런 내용의 '대(對)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또다른 싸움의 대장정(大長征)을 시작할 거요.

 

두고 보세요. 尹은 안철수나 김병준 총리 시키고, BH 비서실장에 장제원 등 정진석 권성동 같은 이른바 '윤핵관'을 중용할 거외다. 행자부 장관 원희룡, 법무장관 정점식, 중앙지검장이나 BH 민정수석에 한동훈 등 '검새당'답게 검찰 출신과 측근들로 인사를 도배할 겁니다. 검찰공화국이 완성되는 거요. '탕평인사', '고른 인재 등용'은 아예 말도 꺼내지 마시구려. 이긴 첫 날인 오늘부터 자리싸움이 요란하다 하오.

 

이재명 후보는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최측근 한동훈 검사를 시켜 일단 "성남FC 사건"으로 엮어볼 시도를 하리라 예상하오. 이어 곧바로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할지 인터벌을 좀 둘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수사는 하리라 봅니다. 왜냐고요?  

 

尹을 뽑겠다고 처음부터 맘먹은 극우익보수들은 "文 구속'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문죄인을 감옥으로"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서울시청 광장 앞에 펄럭거려도 아무 문제없는 '표현의 자유의 왕국'이 이 나라입니다.

 

그들은 핏발 선 눈으로 '핏빛 숙청'을 요구할 것입니다. 이번 선거운동 중 尹이 문대통령을 "적폐세력"으로 몰며 "집권하면 수사하겠다"고 밝히자, 민주세력은 경악했지요? 문 대통령도 진노했고요.

그러나 尹팬덤 세력들은 환호하고 난리가 났었습니다. 이것이 대쪽처럼 둘로 쫙 갈린 2022년 3월 10일에 본 세계 8강 "G8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민낯'이라오.

 

여기서 민주당이 중요해집니다. 은영 님 또래들이 민주당에 넌덜머리를 낸다는 건 잘 알고 있소. "180석을 갖고 뭘 했느냐"는 힐난에 답하지 못할 거요.

 

그래도 이재명, 문재인을 지겨줄 힘은 분영히 민주당에 있다고 봐야 하오. 민주당의 병은 '내로남불'로 대표되는 오만과 보고싶은 것만 보려  하는 '확증편향'(確證偏向), 그리고 자정(自淨)능력의 부재(不在)였소. 

 

백낙청 선생은 아예 "민주당 의원 일부는 기득권 세력에 편입되었다"고 일갈(一喝)하기도 했지요. 어떻든 尹이  文통이나 이재명에 대한 수사를 시도할 때, 민주당이 얼만큼 잘 싸워주느냐에 따라 민주당에 대한 평가와 기대는 극명하게 갈릴 거외다. 민주당이 경계할 일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같은 생각에 안주해 투쟁동력을 잃는 것이라오. 당 지도부를 개편하고, 분위기를 일신해 "尹을 잡겠다"는 결기를 품어야만 살아날 수 있다고 봐요.

 

은영 님. 눈물을 멈추고 지난 몇달을 돌아보세요. "자유민주평화통일 세력"은 비록 이번에 부동산 정책실패에 따른 "묻지 마", "닥치고" 투표로 석패했지만, 응집력 애국심 자발성 자기헌신 건강성 등에서 우익보수를 훨씬 능가합니다.

 

만만하게 생각하고 옛날의 공안통치 방식으로 지배하려 들다가는 큰 코 다칠 겁니다. 우리가 뭐 선거에 좀 졌다고 가오도 없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아름다운 선거축제가 벌어졌던 3월 8일 밤 청계천 광장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같이 보지 않았어요? 그것은 2015-2016년 광화문과 시청앞 광장을 꽉 메웠던 "촛불시위 무혈(無血)혁명'의 재연(再演)이었기 때문입니다. 정치와 국민이 하나 되어 축제를 벌이는 순간, "아, 정치도 황홀할 수 있구나"라는 걸 느꼈고 가슴이 뭉클했거든요.

 

'진땀승'에 너무 우쭐해 하면 고생 좀 하게 될거요. '진땀패"에 너무 서러워할 것도 없소.  한바탕 울고 일어나야 하오. 인생지사 새옹지마 (塞翁之馬). 길흉화복(吉凶禍福)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릅니다. 

 

민초(民草)는 바람보다 먼저 눕지만 또 바람보다 먼저 일어납니다.

정치는 정치인이 다 하는 것 같지만 실은  국민이 합니다.  역사는 직진이 아니라 나선형(螺旋形)으로 발전해 때로 답답하기도 하지만, 결국 민초들의 힘에 의해 바른 방향으로  간다는 게 만고불변의 진리임을 이 서러운 날, 2022년 3월 10일에 마음 깊이 새겨봅니다.

 

아직 가슴이 더운 젊은 피 은영 님.

이 나라의 미래는 30대 그대들 거요. 이 악물고 공부하시오. 사회에서도 부릅뜬 눈을 떼지 마시고. 자유, 정의, 진리를 위해 싸우시오. 언젠가 "정치, 검찰, 언론을 혁파(革罷)하지 않고는 나라의 미래가 없을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죠? 맞는 말이요. 그대들이 사회주역이 되기 전에 그 피어린 '개혁의 꿈'이 꼭 완성되길 빌께요. 물론 尹정권은 그와 반대 방향으로 갈 것이오만ᆢ

 

젊은 그대. 이 시대와 역사의 보루(堡壘)요. 시대정신(Zeit Geist)을 생각하며 살아주시구려. 저문 강에 삽을 씻고, 눈물은 그만 닦고, 돌아오구려.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되나요? 아니예요. 봄이 된답니다.

이 봄날, 우리 같이 외쳐보고 힘을 냅시다!

 

"Tomorrow the sun of tomorrow will rise!"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카렛 오하라(타라의 딸,비비안 리분)가 모든 것을 잃은 후 석양을 바라보며 그래도 힘주어 하는 말.

 

김기만(전 동아일보 파리특파원, 청와대 춘추관장,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이 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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