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촬영지로 전락한 문화유적지…문화재 훼손 우려

강정욱 기자 | 기사입력 2015/09/16 [20:30]

상업촬영지로 전락한 문화유적지…문화재 훼손 우려

강정욱 기자 | 입력 : 2015/09/16 [20:30]

                                        ▲ 충북 청주에 위치한 사적 제212호 상당산성 (사진=문화재청 제공)


지난 2012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추장민 감독의 영화 '광해', 같은 해 방영된 MBC 드라마 '무신'과 한창 인기를 끌었던 이민호 주연의 SBS 드라마 '신의'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국가지정문화재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최근 오락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영화 등 문화재에서의 상업 촬영이 과도하게 진행돼 일각에서 문화재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16일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속 정진후 의원(정의당)이 '2015년 국가지정문화재 및 세계문화유산에서 상업 촬영과 행사 개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문화재에서 이뤄진 전체 1733건의 촬영 중 473건이 상업 촬영으로 밝혀졌다.

정 의원은 “특히 훼손이 심각해 긴급히 보수해야 할 문화재에서도 촬영이 진행돼 문화재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사적 제212호인 충북 청주에 위치한 '상당산성'에서는 지난 2012년 KBS 2TV '굿모닝대한민국', 지난해에는 KBS 2TV 수목드라마 '조선총잡이' 등 총 5건의 촬영이 진행됐다.

상당산성은 성벽균열, 이격, 배부름 등 훼손이 심각해 지난 2011년부터 지금까지 현장조사를 통한 안전점검이 진행되고 있는 보호대상 문화재다.

지난 2013년 문화재청에서 실시한 '상당산성 점검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구간에는 정밀구조 안전진단을 통해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나머지 구간은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된다.

한편, 세계문화유산에서도 드라마나 오락프로, 영화 등 상업적 촬영행위가 빈번하다.

지난해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된 남한산성에서는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과 가수 '떰지' 뮤직비디오 등 50건이 촬영됐고,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에서도 연예프로그램 '1박2일'과 '출발드림팀' 등 92건이 촬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진후 의원은 “문화재란 사소한 실수나 미세한 주변 환경 변화에도 크게 변형되거나 손상될 수 있는데 무거운 촬영장비와 중장비가 동원되는 촬영은 더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 또한 보존의 일환”이라며 “이용 허가도 문화재위원회와 궁릉심의위원회를 통해 면밀한 검토 후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에 정 의원은 “문화재 활용이 보존이라는 것은 언어도단”이며, “한번 촬영에 100명 이상의 스태프들이 움직이는 환경에서 제대로 된 문화재 보호 인식이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지난 2003년 세계문화유산인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서 국내 한 연예인이 도둑 화보촬영을 했을 때도 캄보디아 국민들의 원성을 샀다”며 “어느 나라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에서 무분별하게 촬영을 허가하는 곳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 도배방지 이미지

많이 본 기사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