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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태로 일하는 행정부 말단 육두품들:가디언21

동태로 일하는 행정부 말단 육두품들

공직사회 신 풍속도 '난방 골품제'
에너지 다욧 17°C 마지노선 정해놔 손시려워 타이핑도 못해
난방 공무원, "높여줄 생각없다. 옷이나 더 껴입어라"
화장실 비데위가 제일 따뜻한 걸 적에게 알리지 마라
행정부만 꽁꽁, 입법•사법부는 뜨끈뜨끈

박문혁 바른언론실천연대 | 기사입력 2022/12/31 [20:33]

동태로 일하는 행정부 말단 육두품들

공직사회 신 풍속도 '난방 골품제'
에너지 다욧 17°C 마지노선 정해놔 손시려워 타이핑도 못해
난방 공무원, "높여줄 생각없다. 옷이나 더 껴입어라"
화장실 비데위가 제일 따뜻한 걸 적에게 알리지 마라
행정부만 꽁꽁, 입법•사법부는 뜨끈뜨끈

박문혁 바른언론실천연대 | 입력 : 2022/12/31 [20:33]


신라시대 인사제도엔
'골품제(骨品制)'란 엄격한 룰이 있었다. 오늘날 표현으론 '금수저론'이다. 성골진골로 태어난 이들은 출세나 승진에 무제한 이지만 육두품 이하는 아무리 유능해도 직위 넘사벽이 마천루를 이루고 있었다. 오늘날 박물관 에서나 볼 수 있는 골품제가 공직사회에서 부활해 화제가 되고 있다. 소위 '난방골품제'. 고위 공직자들 집무실은 반팔 차림에 후끈하고 말단들 사무실은 점퍼를 입어도 이가 떨리는 냉골(冷骨) 이다. 세종시 청사 교육부 공무원 박씨는 몸을 덜덜 떨면서 수시로 핫팩에 손을 신경질적으로 비볐다. 이처럼 하위직 공무원 다수는 실내에서도 한파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동태상태로 지내고 있다. 일명 에너지 다욧으로 불리는 정부의 공공기관 실내 난방 17도 제한 정책 탓에 사무실에 냉기가 좀처럼 가시지 않기 때문이다. 공무원들 사이에선 너무 추워서 타이핑조차 안 된다는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지난 10관공서가 위기 극복에 앞장서겠다며 행정부 산하 1019개 공공 기관에 에너지 절감 5대 실천강령을 적용 했다. 강령에는 난방 17도 이하 유지 개인 난방기 금지 난방기 순차운휴 등이 포함됐다. 공공기관 난방 제한 온도를 17도까지 꺾어 내린 건 미증유(未曾有). 전남 소재 공기업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핫팩을 끼고 사는데도 손이 시렵다회사에 감기 환자가 속출한다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17도 넘어가면 바로 히터가 꺼진다. 공공기관 사람은 얼어죽어도 된다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광화문의 정부서울청사 공무원 황모씨는 에너지 감축이라는 명분은 백번 공감하지만 업무에 방해가 될 정도의 추위는 너무한 처사라는 생각이 든다고 호소했다.

 

이달 초 국민건강보험 공단 블라인드에는 회사에서 화장실 비데가 제일 따뜻하다는 불평 섞인 글이 올라오자 공감하는 댓글과 "이러다 비데도 끄라고 할지 모른다. 비밀로 해요"라는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사연이 오르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 성웅 이순신 장군의 "적에게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말한 운명장면이 오버랩된다. "적에게 비데위가 가장 따뜻한 장소라고 결코 알리지 마라" 한편 금지된 개인 난방기에 의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공무원 A씨는 나이드신 분들은 전기 방석을 몰래몰래 꺼내 쓰는데 걸리면 얄짤없이 못 쓴다고 말했다. 천안시 공무원 서모씨는 전기 핫팩발난로건식 족욕기 등 안 쓰던 전열기구까지 총 동원해 쓰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를 두고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한 매체에 개인 난방기 없인 버틸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에너지 절약은커녕 낭비를 유발하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17°C 마지노선을 붙잡고 있는 주무부처인 산자부 관계자는 난방 제한을 풀어 줄 계획은 현재까진 없다일단 따뜻하게 껴입으시라고 조언했다. 일선 현장에선 직급별부서별로 난방 차이가 난다는 불만도 다수 접수됐다. 일종의 난방 골품제' 라는 공직사회 신풍속도가 등장한 것이다. B씨는 고위공무원급 사무실에 인사차 가보면 반팔을 입어도 될 정도로 따뜻하고 쾌적하다우린 점퍼에 장갑까지 끼고 있어도 온 몸을 사시나무처럼 덜덜 떤다고 하소연했다. 환경부 산하 지청에서 일하는 30대 공무원 C씨도 직원들은 핫팩으로 손을 녹여가며 일하는데 청장님실은 후끈후끈 하더라고 말했다. 상황은 시·구청도 비슷했다. 부서에 따라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기도 한다.

 

한 구청 관계자 는 부서 중 기후환경과는 서울시가 에너지 소비 현황을 불시 점검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뒤로 아예 난방을 끄고 산다고 한다고 말했다. ‘난방 골품제는 희한하게도 골품(직급)별 차이 뿐 아니라 썰렁한 행정부를 떠나면 열이 오른다. 17°C 원칙은 행정부에겐 빼박캔트지만 입법부와 사법부는 예외이기 때문이다.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밖에 없다. 201720대 국회가 헌법기관을 에너지이용 효율화 조치 의무 대상에 명시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소위는 삼권분립위배란 명목으로 입법을 무산시켰다. 전국민 에너지 절약 원칙을 삼권분립 명분을 내세워 무산시킨 사례는 아마 해외토픽감이다. 아무튼 행정부에 속한 이 시대 말단 육두품 공무원들만 엄동 설한에 보호받지 못하고 동태로 내몰리는 현실에 입맛이 씁쓸하다. 행정 육두품들은 억울하면 입사법부 공무원으로 넘어가거나 성골진골로 고속승진을 할 수 밖에 뽀족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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