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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대하여:가디언21

나이듦에 대하여

2022.12.12.

가디언21 | 기사입력 2022/12/12 [21:50]

나이듦에 대하여

2022.12.12.

가디언21 | 입력 : 2022/12/12 [21:50]

▲ 김기만. 바른언론실천연대 대표/전 동아일보 파리특파원, 노조위원장/청와대 춘추관장/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가디언21




#1.나이아가라(나이야 가라).

 

미국의 수영선수 토렌스는 41살의 나이에 역대 최고령으로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습니다. 그는 "16살인 젊은 선수와의 나이 차를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질문에 "수영장의 물은 선수의 나이를 모른다"는 명답을 내놨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한방 먹인 거지요.

 

지난 주 103세의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이른바 국민의힘 '공부모임'에 강사로 가신 걸 봤습니다. 말이 공부모임이지 '계파모임'에 가 강의하는 노철학자의 모습에 웬지 연민이 갔습니다. 1백세 이상을 살고도 저렇게 정치적 이용을 당할 수 있다는 서글픈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잘 늙어야 합니다. 유행가 한 귀절은 정답을 웅변합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노사연, <바램>).

 

1953년생 뱀띠인 저는 지난 달 말에 칠순이 됐습니다. 마음은 2030처럼 혈기방장한데 정말 쏜살같이 가버린 세월입니다. 그래서 70대 이후에 뭔가 의미있는 일을 이룬 분들을 찾아봤습니다. 특히 문화예술계에 그런 분들이 많았습니다. '미국의 샤갈'이라 불리는 화가 리버맨은 77세에 그림을 시작해 103세까지 활동했습니다. '미국의 국민화가' 모지스 할머니는 자수(刺繡)때문에 손가락이 곱아 더 이상 못하게 되자 76세에 그림을 시작해 101세까지 활동하며 미국 최고의 화가가 됐습니다.

 

미국의 유영한 구겐하임 미술관은 프랭크 나이트가 91세에 완성했습니다. 피카소는 92세에 18세 소녀를 새 연인으로 앉히고 그를 모델로 명작을 그렸습니다. 파블로 카잘스도 92세에 독주회를 가졌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79세에 대통령이 됐고, 김대중 만델라 대통령은 74세 때 대통령을 시작했습니다. 브라질의 룰라도 내년 초 76세에 두 번째 대통령직을 시작합니다. 미국의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85세에 스카이 다이빙을 해 미국 대중잡지의 표지를 장식했습니다.

 

학계에도 7080의 노익장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 2016년 8월 윤화중 건국대 명예교수는 81세에 성균관대에서 유학(儒學)박사 학위를 땄습니다. 2002년에는 80세의 김송고 씨가 대구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서울지법원장 출신인 강봉수 전 판사는 놀랍게도 물리학에 도전해 2008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머세드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당초 물리학을 하고 싶었으나 부모의 강권으로 법대에 갔고 법관을 정년퇴임 한 뒤 60대에 학부부터 물리학에 도전해 성공했습니다.

 

만 88세의 이순재  명배우는 '세계 최고령 햄릿' 등 기록을 경신하는 현역이고, 82세의 최불암도 시퍼런 현역입니다. 패티 김은 83세의 나이에 '불후의 명곡'에 나와 시청자를 울렸고, 81세의 국보급 가수 이미자도 현역입니다. 96세에 마지막 시집을 냈던 황금찬 시인은 2017년 98세로 별세할 때까지 (은퇴하지 않은) 시인이 었습니다.

 

성경에는 믿거나 말거나 더 놀라운 얘기가 전해집니다. 아브라함은 75세에 신앙을 시작했고, 모세는 80세에 새로운 신앙의 삶을 출발해 120세까지 현역으로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이렇게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듯합니다.

 

#2. 노장청(老壯靑) 결합이 시너지를 낸다.

 

나이 20을 약관(弱冠)이라고 말할 때 70은 고희(古稀)나 종심(從心)이라고 합니다. 마음 가는대로, 자유자재로 좇을 수 있다는 얘기겠지요.

 

어떤 이들은 연령의 특징을 기질(氣質)로 분류해 20대를  혈기(血氣,) 30대를 객기(客氣), 40대를 오기(傲氣), 50대를 지기(志氣), 60대를 직관(直觀), 70대를 달관(達觀)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노장청(老壯靑)은 2030의 화끈한 추진력, 4050의 성숙된 균형감, 6070의 난숙(爛熟)한 지혜와 달관이 삼합(三合)처럼 잘 결합될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요? 8090 선배님들 화내지 마십시요. 제가 아직 그 연령에 이르지 않아서 그 감성은 잘 모릅니다.

 

오늘(12일) 점심에 60대 5명, 70대 2 명 등 언론계 선후배들이 느긋한 점심을 했습니다. 지난 달까지 CEO였던 후배를 비롯해 모두 한가닥 하는(했던) 논객(論客)들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 시국에 대한 얘기는 20% 정도였고 나머지 80%는 온통 건강에 관한 화제였습니다. 그런 나이인 것입니다. 심지어 "현재의 신체적 나이는 실제 나이×0.8이니 다들 50대로 알고 살자"며 박장대소 했습니다.

 

#3. 청춘 예찬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로 시작되는 민태원 시인의 <청춘예찬>은 아마도 많은  노인들의 애송시일 것입니다.

 

중국으로 가면 이백(李白)의 추포가(秋浦歌)가  생각날 것 같습니다.

白髮三千丈/緣愁似個長/不知明鏡裏/何處得秋霜.

희 머리털 어느새 삼천길/근심으로 인해 이처럼 길어졌네/알지 못했던 사이 거울 속에는/허연 서리가 내 머리털에 내려앉았네.

저는 이백의 추포가를 늙어감에 대한 한탄이 아니라 그 반어법(反語法)이라고 해석합니다.

 

한편 많은 노인들이 좋아해 수첩에 적어갖고 다니기도 하는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라는 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말한다/때로는 20대의 청년보다 60대의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다/나이를 먹는 것만으로 사람은 늙지 않는다/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다ᆢ"

언제 낭송해 봐도 참 좋은 시입니다. 힘을 주는 에너자이저 같습니다.

 

청춘의 검붉은 혈맥(血脈) 같이 가슴을 고동치게 하는 몆 분의 말을 좀 더 들어보겠습니다. '실패'는 바느질할 때 쓰는 단어일 뿐 내 사전에는 없다는 경구(警句)도 포함됩니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기회이다. 나는 오늘을 좋은 날로 만들기로 결정했다"(루이스 헤이).

 

"모든 일에 있어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지 걱정하지 말고, 내가 최선을 다 할 수 있을지 그것을 걱정하라"(조선, 정조)

 

"실패는 오로지 위대함으로 가는 또 하나의 디딤돌이다"(오프라 윈프리).

"나는 9천번 슛을 실패했고, 3백번의 경기를 졌다. 그것이 내가 오늘  성공한 이유이다"(마이클 조던).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카톡방을 열어보니 제 10년 위(80)인 고명한 박물관 전문가 선배님이 제가 짧은 시를 좋아하는 걸 아시고 맞춤양복 같은 시 한 편을 보내주셨습니다. 몇 번을 낭송했더니 기분이 정말 좋아졌습니다.

 

<행복>

                    나태주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 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삶이 별겁니까? 태도(Attitude)가 많은 걸 바꾸어 줍니다. 기본 자세만, 생각의 단초만 긍정적으로 바꾸어도 삶의 지평이 달라집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혹시 현 정권과 대통령 부부가 매우, 혹은 웬만큼 마음에 드신다면 여기서 끊고 더 이상 읽지 마십시요.

 

그와 반대의 경우라면 제 태도와 방식을 한번 원용해 보십시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실은 후배에게 배웠습니다). 대통령은 '길어야, 임기를 제대로 다 채워야 5년짜리 계약직 근로자'에 불과하다. 잘못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중간에 해고(탄핵)될 수도 있다. 너무 힘들고 지쳐서 본인이 걸어내려올 수도 있다. 그 옆에서 부속실도 없이 영부인 역할을 하면서 경력, 이력, 행적이 거의 모두 국민들에게 알려진 여성은 얼마나 괴롭고 고되겠느냐.

 

어떻습니까? 숨이 좀 쉬어지십니까? 창고로 영어 알파벳 A에서 Z까지 각각  1~26점을 부여하고, 그 총합이 100점이 되는 단어. 그게 Attitude입니다.  바로 계산 들어가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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