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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울고있네요ᆢ˝. 전현희 권익위원장, 끝까지 버티시오. 호위무사를 자청(自請)하고 싶소!:가디언21

˝당신도 울고있네요ᆢ˝. 전현희 권익위원장, 끝까지 버티시오. 호위무사를 자청(自請)하고 싶소!

2020.09.10.

2022-09-10     가디언21
▲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 가디언21

 

공직자가 '권력'과 싸우는 일은 쉽지 않다. 더욱이 속이 밴댕이 소갈머리만 하고 '검찰제국'으로 무장한 정권이 상대라면 더욱 어렵다. 힘들고 외로우며  공포스러운데다, 특히 자신도 모르는 어떤 비리가 터져나올지 자신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전현희(全賢姬) 국민권익위원장(58)이 그러할 것이다. 잔 다르크 같은 용기와 신념으로 이겨내 내년 6월인 임기를 다 하기를  기원한다.

#1. <감루(感淚)한 전현희 위원장>

전 위원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자리 버티기'에 따른 직원들의 고생에 대한 미안함을 말하다 눈물을 보였다(사진 1).  
그는 "감사원의 불법, 표적감사와 겁박 앞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며 "나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직원들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이대로 계속 가야 하는지' 스스로 묻곤 한다고 말하다 감루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감사원은 행정부를 감시, 감사하는 기관으로 정착되어 있다. 지금 尹정부의 감사원처럼 정권을 위한 충견(忠犬)의 첨병 역할을 하는 경우는 없다.

전현희 위원장의  시련은 지난 6월 17일 尹대통령이 "국무회의 올 필요없는 사람까지 배석할 필요 있나?"라는 말 한 마디로 시작됐다. 전 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 가디언21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사진 2)을 겨냥한 직격탄이었다. 그 뒤 두 달 가까이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일 것이다.

권익위는 8월 1-19일 감사원으로부터 첫 감사를 받았다. 본 사명인 정부 워치독(감시견, watch dog)을 포기한 감사원은 "추가 비리 제보를 확인해야 한다"며 권익위에 대해 8월20일부터 9월 2일까지 두번 째 감사를 실시했다. 그러고도 뭐가 모자라는지 9월 14일부터 2주간 다시 세번 째 감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우리 역사에 이렇게까지 편향되고 정치적인 감사원이 또 있었는가?

전 위원장이 "불법감사, 표적감사,  신상털기식 감사"라고 강력히 반발하면서 "불법 직권남용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반드시 민사, 형사, 행정상의 책임을 묻겠다"고 역공(逆功)에 나선 것은 본인이 깨끗하다는 자신감만 있다면 당연한 일이다.

#2. <권력의 사냥개(주구, 走狗) 자임한 '최재해 감사원'>.

감사원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가 중추기관으로 작동한다. 프랑스의 감사원인 심계원(審計院의) 경우 감사위원의 신분과 독립성이 보장되며, 종신(終身) 법관이 된다.
일본도 사무직에 대해 징계조치도 안할 만큼 감사원에 대한 독립성과 중립성 부여는 획실하다.

그런데 최재해 원장(62)의 대한민국  감사원은 많이 다르다. 정권의 친위부대에 자임한다. 최 감사원장은 지난 7월 19일 국회 답변에서 "감사원은 (정부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참으로 어이없는 발상이다. 
감사원의 권력감사 기능을 스스로 걷어차다니..

그는 한때 감사원 후배들의 영웅이었다. 작년 11월 감사원 최초의 내부 승진자로 25대 감사원장에 취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영웅에서 일개 '권력의 사냥개'로 추락했다.

최 원장의 답변을 처음 접한 순간 필자는 멘붕이 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도  터져나왔다. 전임 최재형 감사원장이 자신을 임명해 준 대통령을 배신하며 대선 후보 경선에 뛰쳐나갔다. 그런데 후임 감사원장에 똑같은 부류를 또 임명해 비슷한 꼴을 두  번씩 당한다는 말인가?

감사원법에 보면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당시 이회창(李會昌) 감사원장이 대통령과 정면대결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그런데 어디 최 원장 같은 엉뚱한 권력지향자를 발탁해 조자룡 헌 칼 쓰듯 하는 길을 터준단 말인가?

그는 취임 후  尹정권이 좋아할 만한 일을 골라서 했다. 공석이던 감사위원(차관급) 2명 선임 때 인수위 의견을 따랐다.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 국민권익위, 방송통신위 감사에 일제히 나섰다. 세 곳 모두 기관장(홍장표, 전현희, 한상혁)을 이 정권이 몰아내고자 전방위 압력을 넣는 중이었다. 감사원은 권력이 필요로 하는 곳에 대신 칼을 대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다 하고 있는 셈이다.
  
#3. <얼마나 쫓겨났나?>

지난 달 18일 임기 1년을 남긴 김사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장관급)이 사임했고, "자리를 지키겠다"고 강조해 왔던 이석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도 같은 날 사표를 던졌다.  7월에는 홍장표 KDI(한국개발연구원)원장, 대형 공기업인 LH 김현준 사장, 김순은 대통령 직속  자치분과위원장(장관급)이 차례로 짐을 쌌다.

이들은 대부분 "떠날 때는  말없이" 물러났지만, 김사열 전 균발위원장은 쓴소리를 했다.
"새 정부 당국자 누구도 내 거취에 대해 공식적으로 상의해오지 않았다"며  "우회적으로 직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통보하거나 압력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어 "국가균형발전이 중요하다면 그 수장을 부총리급으로격상하라"며 "정권교체기에 분절적(分節的) 자리 운용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국회에서 대통령 자문위원장들의 임기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쏴부쳤다.

정부는 지금도 공공연하게 정해구 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임춘택 에너지경제연구원장 등 국책기관장들에게 퇴출 압력을 가하고 있다.

총리직 수행이 거의 보이지 않아 공직 세계에서 '사무관'으로 불린다는 한덕수 총리도 이 사안에 대해서 만큼은 발언이 잦다. 그는 홍장표 전 KDI원장이 버티자 "소주성(소득주도 성장론)을 만든 마당에 정책이나, 철학이 우리 정권에 맞는다고 보느냐"며 "거취 촉구"를 압박했다.

아무 데서나 나서는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정해구 위원장에게 "업무수행 의지가 있느냐?"며 "상식과 양심에 비춰 거취를 결정하라"고 거들었다. 예의 막말 버릇 그대로이다.

<못난 망아지 엉덩이에 뿔난 다>고 했다. 감사원에는 실세 2인자 사무총장도 있다. 작년 6월 부임한 유병호 씨(55)가 그다. 그는 원장보다 더 초강경으로 국회 안팎에 소문이 자자하다. 최재해와 함께 '국민의힘 검투사' 같은 그를 주목해야 한다는 야권의  목소리가 높다.

# 4. <전현희, 결코 약하지 않다. 버티고도 남는다>

전현희 위원장은 그리 만만히 볼 '약한 여성'이 결코 아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기록을 하나 갖고 있다.  서울대 치대를 나와 1990년 치과의사가 된 이후 6년 만인 1996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된 것이다.

이어 정치에 입문해 2008년 민주당 비례대표로 18대 국회에 입성, 의원이 된 그는 19대 총선 때는 공천에서 에서 밀렸다. 하지만 20대 때는 기어이 공천을 따냈고 민주당으로서는 '지옥'인 강남(을)에서 승리하는 기염을 토한다. 전현희의 정치력이 최대치로 빛나는 순간이었다.

21대 총선에도 출마, 패하긴 했으나 46.4%의 높은 득표를 보인 그는 총선 두 달 후인 2020년 6월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됐다.

이런 이력에서 보듯 그는 가볍게 볼만한 '어공' 아니다. 
정부관료를 지내고 연고 따라 내려온 낙하산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정치권에 드문   치과의사 출신의 의원(1호는 민주당 김춘친 의원, 현 aT공사 사장)으로, 정치경력이 탄탄한 '능력 갖춘 낙하산'이다.

전 위원장은 8년 전 개인적으로 큰 불행을 겪었다. 교통사고로 남편(당시 판사)을 잃었던 것. 60도 안된 그가 겪은 이같은 삶의 갖가지  쓴신짠단'은 큰 자양분이 되고 튼튼한 버팀목이 되리라 믿는다.

전현희 위원장은 남편을 잃고도 2년뒤 치러진 강남을  총선에서 승리하고, 그 값진 승리를 하늘의 남편에게 바친 '강력한' 사람이다. 이 승리는 민주당이 강남을 지역에서 14대 때 홍사덕(洪思德)이 승리한 뒤 만 24년에 거둔 소중한 것이었다. 그러기 때문에 여권이 그를 분노케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본다. 

필자도 이명박 대통령 시절 먼지털기식 감사, 일방적인 국정감사, 검찰조사까지 다 받아봤기 때문에 전 위원장의 지금 심정을 잘 안다. 

법인카드 필자도 이명박 대통령 시절 먼지털기식 감사, 일방적인 국정감사, 검찰조사까지 다 받아봤기 때문에 전 위원장의 지금 심정을 잘 안다. 법인카드 사용내역, 승용차 사용내역 다 뒤진다. 오죽하면 정연주 박사는 KBS 사장 재직 때 "나중에 곤란한 일 싫다"며 재직 기간 내내 법인카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을까? 감사원이 2주씩 두 번을 팠어도 나온게 없다면 전 원장의 개인비리는 없는 게 확실하다.

주무부처가 최후에 사용하는 수단은 직원의 비리를 기관장 문책사유로 뒤집어 씌우는 일이다. 또 다음 해 정부예산을 짜주지 않거나, 부처와 대통령실 모임 등에 기관장 초청을 빼버리는 방법이다. 

이 때 자칫하면 마음이 약해져 그만두기 쉽다. 나 하나 때문에 기관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기 때문이다.

이 때를 강심장으로 잘 버텨내야 한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 때의 김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권교체 뒤  산하단체 몇 명을 바꾼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문제되어 김 전 장관이 지금 감옥에 가있는 현실이다.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은 진정 이런 사실을 모른는가, 아니면 깔아뭉개는가.

전현희는 보기에 '연약한 갈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그는 '생각하는 갈대'이며 그 속에 깡치나 철심이 들어있는, '용기있는 갈대'이다. 앞으로 그런 모습을 잘 보여줄 것이다.
임기를 끝까지 지키는 것이 국민이 부여한 책무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 가디언21


* 한상혁 7대 방통위원장(변호사)은 노태우 대통령 정권시절인 1992년 14대 총선 때 정부의 부정선거 의도를 내부 고발했던 한준수 군수(사진 3)의 아들.

충남 연기군수로 우리나라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 선구자였던 한씨는 8월 31일 양심선언 회견에서  "민자당(당시) Y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충남지사, 내무장관 등이 깊이 관여했다"고 폭로하며, 증거물을 제시해 큰 충격을 주었다.
올해 1월 89세로 별세.

김기만. 전 동아일보 파리특파원, 노조위원장/청와대 춘추관장/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