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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클릭] 기자가 찾은 ˝최병관 사진작가 연꽃에 인생을 담아!˝:가디언21

[핫!클릭] 기자가 찾은 ˝최병관 사진작가 연꽃에 인생을 담아!˝

관곡지 연(蓮)의 사계절이 그려내는 탄생과 죽음, 그리고 재생.

2022-08-15     한은남 선임기자

 

  © 가디언21


자연의 빛만으로 자아내는 마술같은 색채의 사진과 진솔한 글이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무심하게 그려낸다.


DMZ 사진작가로 이름을 알려 이제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최병관 작가가 15년 동안 주로 시흥시 판곡지에서 연꽃을 찍으며 쓴 글과 그 사진들을 생명을 주제로 엮은 책이다.

최병관 작가는 저자는 디지털 시대에도 고집스럽게 일체의 트리밍이나 후처리 없는 자연의 그대로의 색과 형태를 사진과 담아 왔다. 자연이 순간 보여주는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담은 그의 사진과 꾸밈없는 진솔한 글은 일생 자연 속에서 사진을 찍어온 작가가 느끼는 자연과 순환을 읽는 이의 옆자리에 앉게 해줄 것이다.

º연(蓮)이 보여주는 생명의 이야기

 이 책은 15년 동안 주로 시흥시 관곡지에서 연꽃을 찍고 글을 써온 것이다. 원래 큰 꽃은 사진을 찍지 않았지만 그렇게 큰 연꽃이 내 눈에는 아주 작은 꽃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오래도록 연꽃을 집중적으로 찍을 수 있었던 것은 '생명'의 신비로움을 연에서 찾았기 때문이었다.
그토록 아름다운 연꽃도 때가 되면 어김없이 말라죽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말라죽은 연꽃 자리에는 또 다른 형체가 생겨나고 꽃 외의 연대, 연잎, 연밥은 여러 모양의 디자인 예술품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죽은 게 아니었다.  
그런 연꽃을 찍으면 찍을수록 점점 더 깊게 연꽃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것 같았다. 연꽃의 신비로움에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볼 때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우아하면서 도도한 것 같아도 겸손하게 다가오는 연꽃,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연꽃을 찍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엄숙해지면서 생명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연꽃은 불교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종교와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꽃이다. 그러니까 연꽃을 종교적 시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꽃을 국화로 지정한 나라도 7개국이라고 한다. 그만큼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진으로 표현이 부족할 때는 글로서 보충을 했다. 하지만 그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어떻게하면 내가 느낀 연곷을 찍을 수 있을지 그 의문은 계속되었다. 연꽃 속으로 들어가 본다는 것은 무모할 만큼 어려운 숙제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생명의 신비로움을 연꽃에서 찾기는 계속될 것이다. 
                         -'지은이의 말'에서

º지은이 소개

최병관(崔秉寬)
최병관은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산뒤마을(소래)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그곳에서 살아오면서 사라져 가는 고향 풍경을 비롯한 30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끊임없이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의 주제는 모두 자연이다. 카메라 외에 어떤 보조 기구도 사용하지 않으며 인위적으로 색을 만들거나 트리밍을 일절 하지 않는다. 특히 사진이 간결하며 색이 곱고 볼수록 신비로움을 느낀다. 
1996년에는 육군본부 DMZ 사진작가로 선정되어 한국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 만에 민간인 최초로 1997~1998년 동안 DMZ의 서쪽 끝 말도부터 동쪽 끝 해금강까지 '휴전선 155마일'을 3차례 횡단하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2000~2003년에는 전쟁으로 끊어진 경의선 철도 도로 복원 연결 DMZ 사진 작업을 했다.
이 사진들로 2010년 유엔 초청으로 뉴욕 유엔본부에서 사진전<한국의 비무장지대 평화와 생명을 찾아서>를 열어 국내외의 큰 관심을 불러왔다. 2004년에는 국제적인 일본 동경사진미술관의 초청을 받아 개인전을 열었으며, 2000년에는 일본 NHK TV에서 아시아의 작가로 선정되어 <한국의 사진작가 최병관>편이 전 세계에 방영되었다.
2019년에는 인도네시아 국립박물관 초청전, 아세안연합 대표부 초청전을 열었다. 그 전시로 인도네시아에 ' K-Photo'라는 신조어를 남겼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초청 개인전 등 국내외에서 45번의 초청 개인전을 열었다.
사진 책 27종, 포토에세이 4종, 포토시집 2종, 어린이 책 1종을 출간했으며 그중에서 「어머니의 실크로드」 (한울),  「휴전선155마일 450일간의 일기」 (한울)는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되었으며, 아이들 책 「울지 마 꽃들아」 (보림)는 초등학교 5, 6학년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2019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 한국 방문 때는 사진집 Korea's DMZ가 정부 공식 선물로써 증정되었다.
대통령표창장, 외교통상부장관상, 인천광역시문화상, 인천환경인대상, 자랑스런논현인상, DMZ문화대상을 받았으며, 아세안연합 사무총장 감사패, 육군참모총장 감사패를 받았다. 또한 월남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이기도 하다.


º차례

지은이의 말 : 생명 연에서 찾다

1부 연꽃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찾아
관곡지의 연모종 ㅣ 요즘 관곡지에는 ㅣ 연꽃은 더 기다려야 ㅣ 연꽃은 이제부터 ㅣ 연꽃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찾아 ㅣ 늦잠을 자고 있는 연꽃 ㅣ 연잎에 빗방울이 떨어지면 ㅣ 비 쏟아지는 날 아침 ㅣ 조석으로 온도가 낮아서 ㅣ 누가 꺾어 버텼을까 ㅣ 사람도 벌도 ㅣ 좋은 주제를 찾았을 때의 기쁨은 ㅣ 관곡지의 여름은 깊어 가는데 ㅣ 볼수록 신기한 떨어진 연꽃잎 ㅣ 휴대폰을 분실하고서야 ㅣ 벽련앞에 서면 ㅣ 뱀 조심 ㅣ 비 오는 날 오후 관곡지에서 ㅣ 퍼붓는 빗줄기 속에서 ㅣ 관곡지는 연꽃세상 ㅣ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 아침에 ㅣ 비 오는 날은 연꽃이 더 고운데 ㅣ 죽어서도 아름다운 연꽃 ㅣ 바람 몹시 부는 날 ㅣ 꿀벌이 날아오는 관곡지 ㅣ 하늘 좋은 날은 

2부 매일 새벽 깜깜한 밤에
그늘막을 디자인하다 ㅣ 폭우 쏟아지는 날 ㅣ 애완견은 목줄을 꼭 ㅣ 관곡지는 카메라 전시장 ㅣ 나를 다시 본다 ㅣ 떨어져 죽어서도 아름다운 연꽃 ㅣ 노랑어리연꽃 ㅣ 하늘이 구멍 났나 ㅣ 부활은 계속 진행 중 ㅣ 생명의 신비로움 ㅣ 죽음의 경계선은 어디일까 ㅣ 마스크를 안 쓰니 얼마나 좋을까 ㅣ 코로나 전염병으로 폭우로 ㅣ 매일 새벽 깜깜한 밤에 ㅣ 재미와 가치의 차이 ㅣ 휴대폰을 주워서 돌려주었는데 ㅣ 마음이 울적한 날은 ㅣ 연꽃이 떨어진다고 해서 ㅣ 핑크색 브래지어 소동 ㅣ 숨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연꽃 ㅣ 죽는 것도 순서를 지키는 연꽃 ㅣ 쪽방 월세로 사는 꽃들 ㅣ 연잎을 따는 것은 ㅣ 연잎의 목은 잘라도 ㅣ 사진 찍기 싫은 날 ㅣ 노을이 아름다운 관곡지

3부 사랑할 때 더 아름다운 생명
그래도 연꽃 찍는 것만큼은 ㅣ 연잎이 부채질하는 바람 ㅣ 가치 있는 삶은 ㅣ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ㅣ 태풍이 연발을 스쳐갔는데 ㅣ 연꽃과 신명나게 춤을 추며 ㅣ 연근을 수확하고는 있지만 ㅣ 갈 때 마다 느낌이 다른 연꽃 ㅣ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ㅣ 강풍이 불어오는 날은 ㅣ 연꽃도 세월을 이겨내지 못하고 ㅣ 사랑할 때 더 아름다운 생명 ㅣ 묵묵히 참고 견뎌낸 결과 ㅣ 연잎을 연꽃으로 생각하며 ㅣ 물방울이 그리움의 눈물일까 ㅣ 저녁노을을 찍기 위해 ㅣ 연밥(씨) ㅣ 마음과 사진이 일치하지 못할 때 ㅣ 연잎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ㅣ 흥 별꼴이야 ㅣ 실잠자리의 마지막 사랑 ㅣ 요즘 관곡지는 수련 세상 ㅣ 사진을 찍는 그 순간에 ㅣ 빅토리아 연잎 ㅣ 연꽃도 사람도 모두 떠나고

4부 죽은 연에서 생명을 찾는다
관곡지에 뿌려진 금화(金貨) ㅣ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Ⅱ ㅣ 또 다른 신비로움 184 ㅣ 외다리 백로 ㅣ 연꽃이 만발했던 자리에는 ㅣ 그 순간이 부활 ㅣ 연꽃이 떠난 그 자리는 ㅣ 연꽃이 말라죽었다고해서 ㅣ 비 오는 날 무얼 찍으세요 ㅣ 연(蓮)은 예술가 ㅣ 말라죽은 연에서 생명의 소리가 ㅣ 죽은 연에서 생명을 찾는다 ㅣ 아침노을을 찍기 위해 ㅣ 살아있는 연이나 죽은 연이나 ㅣ연밥(씨) 색이 너무 좋아 ㅣ 파란 잔디밭에 하얀 눈사람 ㅣ 사진 속으로 들어가고 싶을 때 ㅣ 얼음장 위로 솟아난 연 ㅣ 연꽃도 없는데 ㅣ 하얀 눈으로 덮인 연밭에서 ㅣ 기쁨과 감동을 주기 위해 ㅣ 연꽃으로 다시 태어난 남근, 여체 ㅣ 연꽃이 말라죽었다고 해서 ㅣ 죽은 연대를 연꽃으로 생각하며 ㅣ 연꽃이 떠난 그 자리에는 ㅣ 고운 이별

º책 속으로 

연꽃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찾아
연잎도 연꽃의 일부다. 관곡지 연밭에는 연꽃만 있는 게 아니다. 연잎, 연대, 연밥, 그리고 연잎에 맺힌 탱글탱글한 물방울 모두가 좋은 사진 주제가 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오직 연꽃에만 관심이 있다. 
사진에는 주제와 부제가 있게 마련이다. 연꽃이 주제이지만 부제와 어우러져야 좋은 사진이 된다. 사람에게는 인생 스토리가 있듯이 연꽃에도 스토리가 숨어있다. 그 소토리를 찾아 찍어야 나만의 사진이 된다. 사진가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매일 새벽 깜깜한 밤에
반달이 연꽃 위에 떠있는 새벽이다.  "매일 새벽부터 무얼 찍어요?" 이 깜깜한 밤에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어떻게 사진을 찍느냐는 눈치였다. 관곡지에서 연 농사를 짓는 분의 물음이다. 마침 휴대폰에 저장해둔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즉석에서 찍어 보여주기도 했다. 
"내가 생각했던 사진과는 너무 다르네요?" 잘 찍었다는 말인지 못 찍었다는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궁금증을 풀어준 것 같아 마음이 홀가분했다. 행여나 사진 찍는 사람을 할 일 없는 사람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사진 찍는 것도 무척 고단합니다. 단 한 번에 좋은 사진 만들기가 어려워 이렇게 매일 새벽부터 달려오는 것입니다." 농부는 그 말을 듣고 빙그레 웃었다.
연 농사는 꽤나 힘든 노동이다. 연잎, 연꽃, 연밥 따는 것과 연뿌리 캐는 것 모두 허벅지까지 빠지는 진흙탕에서 직접 채취하기 때문에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모두 그 일을 하는데 이곳에도 임금 걱정이다. 외국인 근로자들도 내국인과 똑같이 인상된 임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연 농사짓기가 힘들 거라고 했다. 사진 찍는 나도 은근히 걱정이 된다                         

사랑할 때 더 아름다운 생명
목이 터지도록 울어대던 매미는 슬그머니 떠났다. 매미의 팔자는 너무도 가혹하다. 7년 동안을 햇빛마저 차단된 깜깜한 땅속에서 살다가 그 더운 여름 한철 죽도록 울기만 하다가 떠나는 매미는 얼마나 많은 죄를 지은 사람의 영혼일까? 
쯔르르, 찌르르 울고 있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가을에 떠난 님이 그리워 우는소리다. 그 소리는 너무도 쓸쓸하고 외로움을 불러온다. 떠나고 다시 온다는 것은 자연의 진리인데 이별만은 왜 그토록 슬픔을 안겨줄까.
화려하게 아름답던 연꽃이 떠난 그 자리에 또 다른 아름다움이 존재했다. 비록 연꽃은 아니라고 해도 연잎과 연밥을 어떻게 보고 느끼느냐에 따라서 꽃보다 더 아름다울 수가 있다. 생명은 사랑할 때 더 아름답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관곡지 연밭에서 공부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어려운 공부다.                       

죽은 연에서 생명을 찾는다
봄이면 진흙탕 속에 묻혀있는 연근에서 싹이 나오고 그 싹이 자라면서 연잎과 연대가 된다. 연꽃은 연대 가지에서 피어나는 게 아니다. 연잎이 하늘을 향해 적당하게 올라온 후 연꽃은 진흙탕 속에서 독자적으로 고개를 내밀고 올라와 꽃을 피운다. 연잎이 나오기도 전에 꽃이 피어나는 게 아니다.
나는 꽃을 찍되 큰 꽃은 찍지 않는다. 꽃 이름도 구태여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연꽃은 다르다. 아무리 꽃이 크다고 해도 크게 보이지 않는 게 신기하다. 연꽃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 어떤 신비로움이 존재한다. 그래서 연꽃은 영원히 죽지 않는 꽃이라고 생각하며 사진을 찍는다.
연꽃이 모두 사라지고 연잎과 연대는 말라죽어 생명이 ㅇㅆ을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그 말라죽은 연에서 생명을 찾는다. '생명 연에서 찾다'를 주제로 사진을 찍는 것도 바로 그런 생각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