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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 신부님, 의원들 죽비로 치다/김대중 선생은 '위대한 선교사?'/김대중과 만델라/DJ 13주기 편린:가디언21

함세웅 신부님, 의원들 죽비로 치다/김대중 선생은 '위대한 선교사?'/김대중과 만델라/DJ 13주기 편린

2022.08.19.

김기만 바른언론실천연대 대표 | 기사입력 2022/08/18 [13:20]

함세웅 신부님, 의원들 죽비로 치다/김대중 선생은 '위대한 선교사?'/김대중과 만델라/DJ 13주기 편린

2022.08.19.

김기만 바른언론실천연대 대표 | 입력 : 2022/08/18 [13:20]

 

#1.  <스님 아닌 신부의 죽비는 얼마나 아플까?>

 

죽비는 스님만 치는 게 아닌가 봅니다. 

 

18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있었던 故 김대중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서, 캐톨릭계 원로 함세웅(咸世雄.80) 신부가 정치인들을 따끔하게 죽비로 쳤습니다. 여야 의원들은    숙연해졌습니다. 요약해 봅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깨우칠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간구(懇求)해 주시옵소서".

 

"우리 정치인들은 왜 대화와 타협, 관용과 상호 존중을 못합니까? 오늘 오신 김진표 국회의장님, 우상호 주호영 정당 대표들 모두 훌륭한 말씀들을 해주었습니다.그런데 왜 돌아서기만 하면 휴지가 되고, 당으로 돌아가면 없던 일이 됩니까? 제발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랍니다"

 

"우리에게 남겨진 아름다운 가치와 희생, 헌신을 정치인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행동으로 보여주고 증명할 수 있도록 붙잡아  주시옵소서".

 

 "사선(死線)을 넘어선 그 희생을 간직하며, 우리 모두 은총의 삶을 다짐합시다".

 

"이 시간 이 곳은 김대중 대통령의 '부활의 자리'입니다. 우리가 선조(先祖)를 가슴에 모시듯, 기도교인은 신앙심을 마음에 모시듯, 불자들이 부처님을 모시듯, 김 대통령을 마음에 모시며, 우리 모두 한겨레로서 남북의 평화공존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정치를 비롯한 저희 모두는 뒷걸음치고 있습니다. 뒷걸음치지 않도록 하느님  붙잡아주십시요.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가도록  이끌어 주십시요".

 

"김대중 성도께 안식을  주십시요. 조국과 공동체를 위해 몸바친 선혈들, 민주화와 민족 일치(一致)를 위해 헌신한 모든 동지들과 희생자들, 그 기족들 모두에게 평화와 안식을 주시기 바랍니다".

 

함 신부님이 누구입니까?  이 나라 민주화의 표상, 상징 같은 분 아닙니까?

 

거의 50년 전인 1974년,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을 만드셨고,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이사장도 역임했습니다. 지금도 크고 작은 수많은 단체에 관여하며 시간과 정성과 열정을 내주십니다.

 

안중근 기념사업회와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계시고, 바른언론실천연대 고문도 해주십니다. 물론 돈 받는 곳 한 군데도 없지요. 역사는 때로 이같은 '정의의 구도자'에게 무거운 짐을 안깁니다. 함 신부님이 어제 정치인들을 질타한 것은 극단에 이른 국민의 분노를 대신 전한 것이라고 저는 짐작합니다.

 

#2. <후광(後廣) 선생은 '위대한 선교사'!>

 

김대중 대통령님은 '토마스 모어'라는 세례명의 천주교 신자입니다. 그런데, 함세웅 신부님의 말씀에 따르면, DJ에게 "대단한 선교사'의 측면이 있었다고 합니다.

 

2000년 6월 13-15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평양 에서의 그 숨막히고 긴장되는 순간에도, 매 식사 때마다 DJ는 꼭 십자 성호(聖號)를 그으며"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는 캐톨릭의 '성호경'을 한 뒤 식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의 모든 일정에서 장소에 관계 없이 식사 때면 으레 당연하다는 듯이 성호경을  하셨다는 것입니다. 

 

2000년 6월의 남북정상회담은 세계적 빅 뉴스여서 미국 CNN이 브레이크 뉴스 (Break News, 긴급뉴스)로 전 세계에 생방송하는 등 언론사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큰 뉴스거리였습니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이 식사 때마다 '성호경'을 하고, 이것이 그대로 전 세계에 방영되니 캐톨릭 신자들 입장에서는 계산할 수 없을 금액 정도의 광고를 하는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함세웅 신부님은 이날  추도예배 말씀에서 

당시 주한 교황청 대사

모란디니(Morandini)대주교가 "이것보다 더 큰 선교가 있겠느냐"며 매우 놀라고 좋아했다고 전했습니다. 동토(冬土)의 북한 땅에서 이런 기적같은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는 말씀이셨습니다. <기적은 기적같이 오지 않는다>(김대중 평전 제목)는 말이 실감납니다

 

 

# 3. <DJ 추도식에서  '만델라'를 떠올리다>.

 

김대중, 만델라 두 분은 많이 닮았습니다. 각각 74, 76세 고령에 대통령에 취임해 갈라진 나라를 통합하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여러 차례의 수감과 가택연금 및 다섯 번의 죽음의  위기, 27년간의 옥살이도 두 분의 애국애민(愛國 愛民)의지를 꺾지 못했습니다.

끝갈 데 없이 용서와 화해를 추구했고, 1993년(만델라)과 2000년에 각각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DJ보나 6살 위인 만델라의 어록(語錄)을 보면 DJ의 그것과 비슷한 게 적지 않습니다. 요즘 세대들이 많이 쓰는 단어인 '데칼코마니(décalcomanie, 완벽한 복사')입니다.

 

"말을 했으면 그 말이 진짜 의미를 갖도록 실제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만델라의 말씀은 DJ의 '행동하는  양심' 요체와 똑같습니다.

 

"삶의 영광은 넘어지지 않는데 있는 게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는 데 있다"는 말씀도 김대중 대통령의 별칭인 '인동초'(忍冬草)의 끈질김과 용기를 연상케 합니다.

 

 "용기는 모든 도덕 중 최고의 덕이다. 오직

용기만이 공포, 유혹, 나태를 물리칠 수 있다(김대중 옥중서신).

 

놀랍지 않습니까? 괄호를 버리고 보면, 누구의 말인지 분간이 쉽지 않을 듯합니다.

 

만델라는 또 말합니다. "화해는 과거의 정의롭지 못했던 유산(遺産)을 고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을 뜻한다". 

 

"용서와 화해는 진실로 너그러운 강자만이 할 수 있다. 하느님께 원수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힘까지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기구하자. 그리하여 너와 내가 다같이 사랑의 승자가 되자"(DJ 옥중서신, 아들에게).

 

마지막 한 말씀만 더 소개합니다. 저는 이 두 말씀을 비교하며 유사성(類似性)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거의 동시대에 일생에 걸쳐 고난과 시련을 겪었다고 하더라도, 지구촌 끝에서 끝에 계셨던 두 분이 거의 똑같은 인생훈(人生訓)을 남겨줄 수 있을까요? 두 분 거인(巨人)께 거듭 존경의 마음을 드릴 뿐입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우리가 살았다는 사실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가 우리 삶의 의미를 결정할 것이다"(만델라).

 

"인생은 얼마만큼 오래 살았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얼마만큼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았느냐가 문제다. 얼마만큼 고통받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살았느냐가 문제다"(2009년 1월 14일, 별세 7개월 여 전 일기).

 

27년(1962-1990) 징역을 살고 72세에 출옥해 다시 '아프리카 민족회의'(ANC) 의장을 맡아 남아공(南阿共)의 악명 높던 '아파르트헤이드(흑백 차별) 철폐운동'에 온 몸을 던졌던  만델라. 자신을 핍박했던 옛 백인 총리를 부통령으로 기용한 '동네 이장'같은 서민 모습의 만델라. 존경합니다.

 

당신에게 사형을 내린  쿠데타 주역 전두환을 사면한 김대중 대통령, 역시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얍삽한 정치인(politician)이나 정상배(Businesslike politician)와는 거리기 먼 참 정치인(statesman)들입니다.

 

 

 

 

 



김기만. '바른언론실천연대' 대표/동아일보 파리특파원, 노조위원장/ 김대중 대통령 청와대 춘추관장/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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